2018년 현대식 화려한 조명과 무대,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AGT)라는 오디션 형식의 쇼 프로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코트니 하드윈(Courtney Hadwin), 13세.
코트니 하드윈,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타임슬립
과거로의 타임슬립
가녀린 소녀는 많은 청중들 앞에서 몹시 긴장했고, 수줍어 보였다.
학교 수업과목 중에 무엇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음악이라 답했고, 다시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 또래의 여느 소녀처럼 그냥 웃으며 얼버무렸다. 영락없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음악이 시작되자 돌변한다.
반주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날카롭고 선명한 샤우팅이 자연스럽게 쏟아진다. 노래의 흥에 스스로도 제어 못하고 반응하는듯한 이상한 몸짓과 표정은 오히려 딱 맞는 맞춤옷처럼 적절해 보였다.
그녀가 부른 노래는 60년대 활동했던 Otis Redding의 'Hard to handle'. 록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리듬 앤 블루스, 소울풍 음악이었다. 록 음악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듯 그녀의 노래는 오티스 레딩의 원곡보다 격정적이었고 하드록 밴드의 무대를 연상시켰다.
가사의 내용마저 버거웠을 13세 소녀는 거침이 없었고, 노래가 끝나자 다시 수줍은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고, 모두들 예상치 못한 과거로의 타임슬립에 놀랍고 즐거운듯했다.
격변의 60년대와 록의 황금시대
코트니 하드윈의 무대를 지켜보며, 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격변의 60년대가 흑백 영화처럼 흐르고 있었을 듯하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치닫는 갈등과 긴장의 냉전, 끝없는 피를 요구하는 베트남전, 검열, 흑인 인권운동, 중국의 문화 대혁명, 여성 해방 운동, 히피, 케네디의 암살, 비틀즈, 슈퍼 밴드의 등장, 넘쳐나는 약물, 록의 황금시대 그리고 우드스탁 페스티벌...
James M Shelley,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2018년 13세 소녀의 무대는 60년대 격변기를 소환하고, 그 시절 강력하게 치솟던 저항과 록의 반격을 본능적으로 재현하는듯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 사람 재니스 조플린.
아니나 다를까 재니스 조플린의 빅팬이라며 심사위원 하위 멘델은, 무명의 조플린을 세상에 알린 건 음반 기획자 클라이브 데이비스와의 만남이었고, 자신이 음반 기획자는 아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며 '골든 버저'를 눌러 환호 속에 그녀를 통과시켰다.
진행 중인 혼돈의 시대
흥미로운 예상 밖의 퍼포먼스를 보니 문득 소녀의 일상과 꿈이 궁금해졌다.
저 또래 대개의 친구들이 보여주듯 아이돌에 열광하고 관심 밖 낯선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에 어찌 적응하고 또 자신의 것을 놓치지는 않을는지.
저항을 원치 않는 건조한 사회규범과 안정을 가장한 보편적인 사회질서는 제한된 자유의지를 권장할 뿐, 남과 다름이나 특이함을 적정선에서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남과 다름이나 특이함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자본의 특성이 더욱 그렇다.
밀레니엄 세대, 엑스 세대, MZ 세대, ~족, ~라이프... 적당한 네이밍으로 세대를 가르고 경쟁적 소비를 유도하는 교묘한 자본주의의 알고리즘은, 호시탐탐 기획된 창고 정리 떨이와 신상 카피 문구의 투입을 노리고 있다.
당신만의 개성! 나는 남과 달라! 하면서 같은 브랜드의 무리 속에 티 안 나게 섞이지 않으면 왕따가 되는, 아니 왕따를 시키는 우스꽝스러운 현실 속에, 자신의 감성에 맞는 본능에 충실한 어린 친구의 모습을 보며 생뚱맞은 걱정이 길어진듯하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https://www.flickr.com/photos/livenature/,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미래로의 타임슬립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맘껏 분출하고 사람들의 호응이 좋으니, 그녀 또한 기뻐하며 안도하는 듯하다. 본인도 예상치 못한 듯하다.
라운드를 통과해서, 탈락하지 않아서가 아닌 독특한 자신의 스타일이 사람들과 교감되고 공감되는 것에 대한 안도로 보인다. 설사 이번 쇼 프로의 최종 순위, 혹은 다음 라운드에서 탈락한다 해도 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시간은 충분하고 감성은 충만하며 이번 일로 자신의 퍼포먼스에 큰 자신감을 얻었을 테니, 하나씩 내부의 끓는 모습을 표출해가면 될듯하다.
과거의 재니스 조플린이 현재라는 미래에도 사랑받듯이, 이제 코트니 하드윈의 과거가 돼버린 이번 무대는 기대되는 미래로의 새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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