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사임,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19일 오후 이규민 평가원장이 사임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평가원을 통해 낸 입장문에는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는 말이 들어있다.
모의 평가와 관련해 책임을 진다는 건 결국 며칠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수능 발언과 관련이 있다.
수능을 5달 앞둔 시점에 뜬금없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공교육 과정 이외의 어려운 문제가 사교육 배만 불린다느니, 사교육 카르텔이니 하는 강경한 용어가 등장하더니 바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한국교육평가원을 감사한다는 소식이 준비한 듯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 대입 수능 문제 등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정답이 있어서 그리 안 해왔었나. 어떤 방식을 취해도 저마다의 사정과 이해관계로 일말의 아쉬움은 있는 것이고 , 다양한 의견수렴과 반영을 거치며 그 간극을 최대한 좁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쌀 없으면 빵 먹으면 되고 빵 없으면 고기 먹으면 된다는 철학도 고민의 흔적도 안 보이는 외눈박이식 사고와, 이런 시점에 그런 발언이 교육 현장과 학생 학부모들에게 어떤 혼란을 줄지에 대해선 생각이나 해봤는지 의아스럽다. 더 기가 막힌 건 또 대통령이 뭐라 한마디 던지고 나면, 대통령실은 수정하고 덧붙이고, 그건 아니라 해명하고의 반복이라는 거다.
점심식사로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도 아니고, 대입 수능 시험 같은 민감한 문제의 혼란과 반발에 대한 명확한 대답도 준비되어있지 못하면서, 수능 얼마 앞둔 시점에 덜커덕 던져 놓고 본다.
결국 짧은 며칠 안에 수능 제도의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못한 채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의 경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사임이라는 결과만 남았다.
누구도 잘잘못을 평가할 수 없는 문제인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이유로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하면서 "외압은 없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참으로 비현실적인 코미디 같다.
당연히 아이들의 교육 문제, 공교육의 중요성과 그에 맞춘 교육과정과 환경 조성, 과도한 사교육비로 인한 갈등 등, 사회 구조의 진지한 성찰과 더불어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 많다. 그런 중요한 문제가 대통령이 한마디 던지고 반발이 있으면 그런 말은 아니었다는 관계자의 해명이 반복되는, 스무고개식 해프닝 같은 프로세스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
킬러문항 없애면 사교육 줄어?
정부와 국민의힘 정당은 수능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킬러문항이 사교육비 유발의 근본 원인이라며, 킬러문항을 없애는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내놨다 한다.
쌀값 대책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하자, 해경이 문제니 해경을 해체하자, 어느 학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10리터도 마실 수 있다는데 왜들 난리냐는 기발하고 기막힌 논리가 샘솟는 정치인들이니 충분히 나올 수도 있는 방안이겠다 싶다. 저런 식이면 그들 말대로 '배만 불리는' 카르텔의 진원지 사교육을 없애자든지, 학원을 모두 없애자는 소리는 왜 안 하는지 궁금하다.
설사 킬러문항을 없애고 쉬운 문제를 출제한다 쳐도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그 쉬운 문제 중 가장 어려운 게 킬러 문항이 될 것이고 더 촘촘해진 변별력을 이유로 사교육의 유혹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그땐 준 킬러 문항을 없애자 할 것인가.
정치인들은 좀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국가와 국민 팔아가며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를 외치는 언론과의 친목질로 포장해 봐야, 허위 과대광고 정치사업자의 구호가 진심으로 느껴질 수가 없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진지한 성찰과 힘겨운 협의과정, 상대의 설득 없이 나오는 해결책이 효과적일 리없다.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 포괄적 이해, 공론화의 노력과 치열한 토론, 인내하는 설득으로 이런 예민한 문제들에 다수의 공감을 얻는 진짜 정치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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