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을 돌아보고 저녁 무렵 통영에 도착했다.
수십 년 전 처음 와봤을 때부터 마지막 여행 때까지도 이곳의 이름은 '충무'였었다. '통영'으로 통합된 것도 꽤 되었는데 아직도 충무로 기억되니 그만큼 오랜만이긴 하다.
통영 강구안 항구와 보도교, 통영 야경
남망산을 배경으로 내륙으로 둘러싸인 강구안 조그마한 항구는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어릴 적 그림에서 보았던 이미지처럼 오래전 처음 충무에 왔을 때부터 마음 한편에 인상깊이 자리하고 있어 왔다.
강구안 주변 바다를 접한 면에 광장과 휴게공간을 위한 바닥포장, 친수공간이 정비사업으로 조성된듯했다. 항구엔 작은 배들이 많이 줄어든 대신 거북선을 본뜬 배들이 관광 목적인지 서너 척 정박되어 있었다.
남망산 중턱엔 무언가 건물이 들어섰고 항구에서 넓은 바다로 빠지는 여울목엔 커다란 아치형 강구조물 다리도 신설되어 있었다. 한 번 두 번... 네댓 번의 방문에도 그대로였던 옛 충무 강구안의 모습이 뭔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20살 청춘이 중년이 되어 왔으니 추억 속 모습과 달라진 풍경에 아쉬움을 더하는 건 욕심일터, 허기진 배를 채우러 항구 주변 충무 김밥집을 찾았다. 허름한 노포였던 항구 주변 충무 김밥집들도 '충무김밥거리'라 하여 새로 단장되어 있었다.
가격은 1인분에 9,000원. 이젠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충무 김밥이지만 그 오래전 충무에서 처음 먹으며 우와~했던 그 놀라움은 이젠 집 나간 미각 탓에 아쉽게도 다시 느낄 수는 없나 보다.
식사를 하고 남망산 공원에 올라보니 멀리서 보이던 건물은 통영 시민문화회관 이었고, 남망산 조각공원을 둘러보며 내려오는 길 원경으로 보이는 통영의 바다 풍경은 여전했다.
어둠이 내리니 강구안 주변으로 하나둘 조명이 켜지고 무언가 바뀐 통영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났다.
나중에 찾아본 통영 관광안내 사이트에 '야간관광도시'라는 문구가 제목으로 뜨는 걸 보니 컨셉을 새로 잡은듯하다. 물론 통영은 야간 조명이 아니더라도 볼거리가 충분히 많은 매력적인 장소이다.
숙소 루프탐에서 바라본 남망산 공원의 통영 시민문회회관과 강구안 보도교.
아래는 숙소 루프탑에서 바라본 강구안 항구의 야경과 아침풍경.
통영 국제음악당, 박경리 기념관
아침 식사 후 찾아간 곳은 통영 국제 음악당. 현재는 통영 국제 음악제가 한창인 때였다.
사실 통영에 도착한 어제저녁 통영 국제음악당에선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바이올린 연주회(김선욱의 피아노 협연)가 있던 날. 전에 포스팅까지 했었다.
2023.02.08 - [공연,전시 구경거리] -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내한공연, 2023 통영국제음악제
좀처럼 시간내기 힘든, 먼 이곳 통영까지 와서 더구나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연주였는데... 이런저런 좀 웃긴 이유로 가질 못했다.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다.
통영의 멋진 해안도로를 달리다 찾아간 산양읍의 박경리 기념관.
09:00~18:00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관, 입장은 무료다.
드라마로도 방영된 '김약국의 딸들'(1962), '시장과 전장'(1964), 읽지는 않았어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한국의 대표적인 대하소설 '토지'(1969~1994)의 작가 박경리.
박경리는 일본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반일작가'라 밝힐 만큼, 일본 역사를 관통하는 야만적인 체제와 문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없이 또다시 군국주의의 회기를 꿈꾸는 듯한 일본의 극우 정치를 보면서도, 맥락 없는 화해와 뜬금없는 미래를 논하는 우리나라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이 새겨보아야 할 박경리 선생의 말이 있다.
"일본 군국주의는 자체로 비도덕적이고 반생명적이었어.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지. 무엇보다 나는 일본 체제를 반대하지만 일본인을 반대하는 건 아니야." - 박경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중
몇 해 전의 일이다. 일본의 어느 잡지사 편집장이 내 집을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을 기억한다.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 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 없게 된다.” - 박경리, <일본산고> 중
박경리 기념관을 마지막으로 늘 그리웠던 통영을 떠나 거제도로 향했다.
2023 남해안여행 사천(삼천포)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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