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에 살아 봤으면... 이러이러한 나만의, 내 가족들을 위한 집을 짓고 싶다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단독주택뿐 아니라 임대와 주거를 같이 해결하는 상가주택(주택+근린생활시설)을 계획하시는 분들도 있고 주거용이 아닌 임대용 건물을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조금 비싼 가전제품을 사는 범위를 벗어나는 예산과 복잡한 과정에 당장 건축설계부터 어떻게 시작하고 진행해야 하는지 막막하신 분들이 대부분 일 듯합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건축과정의 개요를 파악하고 시작하면 도움이 될듯하여 건축설계와 공사의 진행, 완공까지의 흐름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내용들은 제가 건축사로서 일해왔던 방식이고 최소한의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방법론은 건축사마다 또 건축주의 주요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니 그런 점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몇 해 전 제가 설계하고 지어졌던 주택의 자료들을 참고자료로 씁니다.
함께하는 집짓기, 건축설계에서 완공까지
1. 왜, 집을 지으려는 이유
집을 지으려는 이유,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이 여러 가지 편의성도 있지만 같은 모양 같은 구조, 노출되고 접촉되는 밀접한 공동체의 생활범위, 이런 점들에 부담을 느낀 분들은 좀 더 사생활이 보호되면서 집안 곳곳에 외기와 햇빛이 스며들 수 있는 독립적인 단독주택을 꿈꾸겠죠.
이미 단독 주택이거나 소유한 땅이 있어 부동산의 경제적 활용가치 상승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임대공간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새로운 주거도 얻을 수 있는 상가주택(근린생활시설+주택)을 선호할 겁니다. 이렇듯 집을 지으려는 저마다의 목적과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설계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건축설계자도 우선시할 컨셉과 구상의 방향도 잡히게 됩니다.
현재는 가족이 몇 명인데 몇 명이 더 늘어날 듯하고, 현관에서 거실을 가로지르지 않고 2층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고, 주방과 식탁 사이에 작게라도 아일랜드 싱크가 있었으면, 집안 행사가 많으니 보조 주방이 조금 넓었으면, 식당에서 작은 정원을 볼 수 있었으면, 아이들 방 앞에 놀이공간이 별도로 있었으면...
또는 어떤 업종으로 임대를 주려하니 이런 구조의 임대공간이면 좋겠다, 거주할 층에는 침실은 작아도 좋으니 서재가 넓었으면 좋겠다, 옥상에 조그마한 평상과 텃밭 가꿀 공간이 있었으면, 거실 층고는 높고 위층과 트여있으면 좋겠다, 아예 나는 아파트같이 실들이 다 붙어 있어도 좋으니 건물은 한쪽으로 몰고 마당만 최대한 넓게 해 달라 등등.
원하는걸 모두 조합하고 보면 갓 쓰고 오토바이 타는 모양새가 되기 십상이고 현재의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되기도 하지만, 일단은 생각날 때마다 적어 놓았다가 건축사에게 설명하고 전달해야 합니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로 보여지는 건축물이 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도, 정작 그 건축물에 거주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그저 어서 팔렸으면 하는 '집'이 아닌 '부동산'에 머무르는 불편한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2. 초기 계획안, 스케치
건축사는 현장을 파악하고 대략적인 법규 검토를 거쳐 대지에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규모 안에서 건축주의 요구사항들을 반영한 계획안을 스케치합니다. 이리저리 배치를 해보고 공간을 구상하고, 평면과 전체적인 모양을 조합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잘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대안이 될 수 있는 몇 가지의 스케치들을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건축주와 미팅을 하게 됩니다.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반영했을 때 건축법적으로, 공간적으로, 예산의 문제로 생길 수 있는 장단점을 설명하고 조율을 해야 합니다. 건축주도 막연히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들이 조금은 정리되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이 단계도 아주 중요한 단계입니다. 근접한 스케일로 대략적인 규모가 잡히면 설계자는 구상의 큰 틀을 잡아야 하고 건축주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초기 계획안을 보면서 또 생각나는 것은 건축사에게 설명하고 상의를 하면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집을 짓는다는 건, 일반 제품 소비하듯이 맘에 안 들면 버리거나 새로 사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가능한 한 많은 미팅을 가져야 합니다.
3. 기본 계획안
협의를 거쳐 초기 계획의 방향이 정리되면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안에 들어갑니다. 흔히 캐드(CAD)라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획안을 그려보게 됩니다. 그동안의 경험치에 의한 감으로 그려졌던 스케치를 1밀리미터(mm) 단위의 캐드로 그려보면 생각보다 공간이 좁다거나 해서 실들의 배치를 다시 조정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다시 조금씩 수정을 하며 평면과 입면 단면을 서로 맞춰 정리를 하게 되고, 이 단계에서 건축설계사무소는 3D 모델링이나 스터디 모형을 만들어 구상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정리된 기본계획을 가지고 다시 건축주와 의 미팅. 도면에 수치로 나타나는 평면적 크기와 단면상의 높이 등, 좀 더 현실적인 스케일에 건축주도 전체 공간에 대한 감을 잡아가고 좀 더 반영되었으면 하는 부분과 선택에 대한 고민은 계속됩니다.
미팅- 정리- 미팅- 정리, 반복되는 얘기지만 기본 계획안이 확정될 때까지 건축주와 설계사무소의 의사소통과 피드백은 많을수록 좋으며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4. 허가 준비, 실시설계, 건축허가
5. 착공, 공사감리, 사용승인
6. 일상과 함께 지속되는 건축의 완성
적다 보니 건축의 과정이 길고 쉽지 않은 여정인만큼 개략적인 내용도 길어집니다. 1,2편으로 나누어 적겠습니다. 집 짓기를 결심 한때부터 기본계획안까지를 요약하면 '많이 생각하고 자주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실현 가능성의 여부를 떠나 자주 협의하고 함께 방법을 찾다 보면 원하는 공간, 원하는 분위기에 더하여 예상보다 더 나은 건축이 나오기도 합니다.
건축설계에서 완공까지 2편
'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웃집의 음악당, 근린생활시설의 역할 (77) | 2022.12.15 |
---|---|
함께하는 집짓기, 건축설계에서 완공까지 2 (166) | 2022.12.13 |
연못이 있는 중정, 브라질 바람개비 주택 (47) | 2022.12.11 |
확장하는 테라스하우스, 바닷가 주택 (47) | 2022.12.05 |
자연에 순응하며 스며드는 건축, 노르웨이 파빌리온 (26) | 2022.12.01 |
댓글